사무실 문이 열리자, 그녀는 여전히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 한 쪽으로 흘러내린 채,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속에는 흰 티셔츠가 보였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모습—그러나 이 순간, 그녀의 눈빛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테이블 위에는 여러 색의 파일들이 정돈되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연두색 클립보드였다. 카메라가 그 파일을 스치듯 지나가며, 종이 끝에 적힌 글씨가 흐릿하게 보였다. ‘투자계획서’. 그러나 이건 단순한 문서가 아니다. 이건 누군가의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혹은 이미 뒤바꾸고 있는 ‘폭탄’이다.
그녀는 손을 뻗어 파일을 집는다. 손목에는 은색 팔찌가 반짝인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지만, 그녀의 손가락 끝이 살짝 떨리고 있다. 긴장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기대인지. 카메라는 그녀의 얼굴로 다시 돌아온다. 눈썹이 살짝 올라가고, 입술이 얇게 다물린다. 이건 ‘기다림’의 표정이다. 마치 누군가가 들어올 것을 예감하고, 그 순간을 위해 호흡을 고르고 있는 듯하다.
그때 문이 열린다. 남자가 들어온다. 검은 정장, 흰 셔츠, 줄무늬 넥타이. 안경 뒤로는 날카로운 시선이, 그러나 그 안에는 어딘가 불안한 떨림이 섞여 있다. 그는 손에 파란 클립보드를 들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정 사장님 이시죠?’
이 한마디가 전부를 바꾼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잠깐 멈춘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진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다. 그녀는 자신이 ‘정 사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가 그렇게 부르는 걸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카메라는 그녀의 눈동자를 클로즈업한다. 그 안에는 놀람, 경계, 그리고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한 냉정함이 교차한다. 이 순간, (더빙) 내가 가짜 재벌 딸이라니!라는 내레이션이 귓가를 스친다. 이건 단순한 대사가 아니다. 이건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다. 그녀는 정말 ‘정 사장’인가? 아니면, 그저 ‘정씨 그룹’이라는 이름을 빌린, 누군가의 꼭두각시인가?
남자는 계속 말한다. “저는 성화 회사 전…”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린다. 그는 자신이 말하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슨 정 사장님”이라고 되묻는다. 이 말은 단순한 부정이 아니다. 이건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그녀는 그가 말하는 ‘정 사장’이라는 호칭을 거부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스스로를 ‘정씨 그룹’의 일원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한다. “정등 그년 말하는 건가요?” 이 말은 충격적이다. ‘그년’이라는 표현은 그녀의 감정을 드러낸다. 그녀는 분노보다는, 더 깊은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믿었던 사람이, 그녀를 ‘그년’으로 부르는 사람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남자는 당황한다. 그의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진다. 그는 “당신은 누구야”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그의 방어기제다. 그는 그녀의 정체를 알 수 없어 두려워하고 있다. 그녀는 차분하게 답한다. “자리에 앉아 있다니”, “내가 누구냐고? 나는 정씨 그룹… 정건도의 친동생이야.” 이 말은 또 다른 폭탄이다. ‘정건도’라는 이름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구도가 완전히 바뀐다. 정씨 그룹의 창업주, 혹은 핵심 인물인 정건도의 ‘친동생’? 이건 단순한 직위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혈연 관계, 즉 ‘정통성’의 문제다. 그녀는 자신의 혈통을 내세워 권위를 주장한다. 그러나 남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건도의 친동생이야? 정 회장님의 친동생이라고?” 그의 목소리는 비판적이며, 의심스럽다. 그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녀의 행동, 그녀의 태도, 그녀의 복장—모두가 ‘정회장님의 친동생’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짓는다. 이 미소는 위협적이다. “너그러이 봐주십시오. 협력하러 온 거야?” 그녀의 말은 유머를 가장한 공격이다. 그녀는 그를 ‘협력자’가 아닌, ‘수행원’처럼 대한다. 그는 당황하며 “기획안 줘봐”라고 말한다. 그녀는 손을 내밀고, 그에게 파일을 요구한다. 그는 파일을 건네준다. 카메라는 파일 표지를 클로즈업한다. ‘錢氏集團 投資項目計劃書’. 중국어로 된 제목이 눈에 띈다. 이건 단순한 한국 기업의 문서가 아니다. 이건 국제적인 자본의 흐름을 담고 있는, 매우 민감한 문서다. 그녀는 파일을 펼쳐들고, 내용을 읽는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무슨 프로젝트에 5천만 위안이나 투자해”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워진다. 그녀는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무모한지 알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 정씨 그룹처럼 큰 회사를 정등이 망치고 있잖아.” 이 말은 그녀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그녀는 이 회사를 지키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이 회사는 그녀의 ‘본래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회사가 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 회사가 그녀의 ‘정당한 권리’를 증명해줄 유일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다시 항변한다. “이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협력하고 싶어 하는 프로젝트인데, 이렇게 무시하다니!” 그의 목소리는 격앙된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싶어 한다. 그는 그녀를 ‘방해자’로 본다. 그러나 그녀는 단호하게 말한다. “내가 안 한다면 안 하는 거야.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 이 말은 최후통첩이다. 그녀는 더 이상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그녀는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그는 당황하며, “당신…”이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를 무시하고 있다. 그녀는 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그녀는 그를 ‘그년’의 수행원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녀는 파일을 탁자 위에 던진다. 그 소리는 사무실에 울려 퍼진다. 남자는 그 파일을 주워들고, 고개를 숙인 채 물러난다. 그의 등은 굳어 있고, 발걸음은 무거워 보인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정등은 아주 회사를 맡아 먹고 있네.” 이 말은 그녀의 결심을 보여준다. 그녀는 이제부터 직접 나서서, 이 회사의 실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가짜’가 아니라, ‘진짜’가 되려 한다. 그녀는 말한다. “정씨 그룹은 본래 내 것이어야 했어. 나 같은 어른이 제대로 정리해야겠네.” 이 말은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최종 선언이다. 그녀는 자신을 ‘어른’으로 규정한다. 즉, 그녀는 이제까지의 ‘가짜’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스스로를 ‘정당한 후계자’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직장 내 갈등이 아니다. 이건 ‘정체성의 전쟁’이다. (더빙) 내가 가짜 재벌 딸이라니!라는 제목이 왜 이토록 강력한지, 이 장면이 보여준다. 그녀는 가짜가 아니다. 그녀는 단지, 아직 세상이 그녀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다. 그녀의 복장, 그녀의 태도, 그녀의 말—모두가 ‘재벌 딸’답지 않게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 ‘비정상성’이 그녀의 진실성을 증명한다. 진짜 재벌 딸은 오히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렇게 당당하게, 이렇게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권위를 부정할 수 있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이제는 그 자리가 그녀의 것임을 세상에 알릴 때가 되었다. 이 장면은 《가짜 재벌 딸의 역습》의 시작이자, 《정씨 그룹의 붕괴와 재건》의 서막이다. 그녀가 손에 든 파일은 단순한 투자계획서가 아니다. 그것은 그녀의 운명을 바꿀 ‘새로운 계약서’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그 계약서를 스스로 작성할 준비가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