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은 단순한 궁중 드라마가 아니라, 한 여인의 생존 본능이 고스란히 담긴 심리적 전쟁의 현장이다. ‘공주의 생존법’이라는 제목 아래, 주인공 이수연(가명)은 오렌지와 푸른색이 조화된 화려한 한복을 입고, 머리에는 금박과 보석으로 장식된 봉황관을 쓴 채 문 앞에 서 있다. 그녀의 손은 단정히 모아져 있고, 눈빛은 차분하지만, 그 안에선 미세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주변엔 분홍빛 한복을 입은 시녀 두 명이 조용히 서 있고, 오른쪽엔 갑옷을 입은 병사 하나가 경계를 서며, 왼쪽엔 붉은 옷을 입은 관리와 자주색 옷을 입은 중년 여성—아마도 내시나 궁중의 고위 여관—이 함께 있다. 이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으나, 각자의 표정은 전혀 다르다. 관리는 약간 눈을 찌푸리고 입을 다물고 있으며, 마치 ‘이건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말하는 듯한 미세한 움직임을 보인다. 반면, 자주색 옷의 여성은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눈을 크게 뜬 채 입을 벌린 채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수연의 어깨를 살짝 잡는다. 이 순간, 카메라는 이수연의 얼굴에 클로즈업을 넣는다. 그녀의 눈썹은 약간 올라가 있고, 입술은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 다물린다. 이는 단순한 놀람이 아니다. 그녀는 이미 무언가를 알고 있다. 아니, 알았어야 한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바로 그 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카메라는 문을 향해 천천히 줌인하며, 문 틈새로 흘러들어오는 빛이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문이 열린다. 안쪽은 황금빛 비단으로 덮인 침실. 투명한 흰색 장막이 바람에 흔들리고, 바닥엔 붉은색과 파란색이 섞인 고급 카펫이 깔려 있다. 그 안쪽, 침대 위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왕자 이현우(가명)—가 누워 있고, 그의 품에 흰 옷을 입은 여인이 안겨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고, 평온한 듯 잠들어 있다. 그러나 이수연의 시선은 그들의 손끝, 특히 여인의 손이 남자의 옷깃을 꽉 쥐고 있는 모습에 멈춘다. 그녀는 그 손을 보고, 눈을 깜빡이며, 이내 입을 다문다. 이 순간, 그녀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바로 ‘공주의 생존법’의 첫 번째 원칙—‘잠든 자를 깨우지 마라. 깨우면, 그는 네가 아닌 자신을 지킬 것이다.’ 이수연은 몸을 돌려 문을 나서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지만, 발걸음은 멈춘다. 그녀의 뒤에서 자주색 옷의 여성이 속삭인다. “공주님, 이제는… 물러서야 합니다.” 이수연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단지 눈을 감는다. 그녀의 눈꺼풀 뒤에는 지난달 밤, 비밀 회의실에서 들은 대화가 재생된다. “그녀는 이미 아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증거는 없다. 우리가 먼저 움직이면, 그녀는 반드시 counter-attack을 할 것이다.” 그때 이수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날 밤,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속삭였다. “공주의 생존법, 두 번째—증거는 항상 뒤에서 기다려라.” 이제 그녀는 문 앞에서, 모든 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 미소는 슬픔도, 분노도 아닌, ‘이제 게임이 시작된다’는 확신의 미소다. 카메라는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순간, 침대 위의 이현우가 눈을 뜬다. 그의 시선은 문 쪽을 향해 있지 않다. 오히려, 그는 품에 안긴 여인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그의 표정은 부드럽지만, 눈동자는 차갑다. 그는 이미 이수연이 왔다는 것을 안다. 아니, 알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녀가 문을 열기 전, 그의 손목에는 흰 실크로 만든 끈이 묶여 있었고, 그 끈의 끝은 문틀에 연결되어 있었다. 즉, 이수연이 문을 열면, 그 끈이 당겨져 그의 손목이 약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 움직임을 느꼈고, 그 순간부터 눈을 뜬 것이다. 이현우는 여인의 머리를 더 깊이 자신의 품에 파묻으며, 속삭인다. “너는 아직도 믿고 있니? 그녀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여인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눈을 감고,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는 이수연의 미소와 똑같다. 이 장면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이는 세 사람 사이의 삼각 관계가 아닌, ‘생존을 위한 연극’이다. 이수연은 문 앞에서 눈을 감은 채, 실제로는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현우가 여인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누구인지, 왜 그녀가 여기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현우가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지를 모두 파악했다. 그녀는 그녀의 시녀들에게 속삭인다. “오늘 저녁, 내 방으로 불러라. 특별한 차를 준비해라.” 시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수연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간다. 그녀의 뒷모습은 단정하고,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카메라는 그녀의 손을 클로즈업한다. 그녀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흰 가루가 묻어 있다. 그것은 바로, 문을 열기 전, 그녀가 문고리에 손을 대며 문지른 흔적이다. 그 가루는 독약이 아니다. 오히려 해독제의 일부다. 공주의 생존법, 세 번째—‘적의 독은 적의 해독제로 풀어라.’ 이수연은 이미 이현우가 여인에게 어떤 약을 주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 약은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자극에 반응해 기억을 잃게 하는 ‘기억 조작제’였다. 그래서 그녀는 문을 열기 전, 문고리에 해독제를 묻혀두었고, 이현우가 그 문고리를 손으로 만지면, 그의 손에 약이 스며들어, 그의 뇌가 약의 작용을 부분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즉, 이현우는 여인을 안고 있는 동안, 사실은 그녀의 기억을 일부 회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진짜로 잊은 것인지, 아니면 연기하는 것인지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수연이 나타나자, 그는 즉시 연기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만약 이수연이 그녀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다면, 그녀는 결코 이 장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고, 그녀가 진짜로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이현우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나는 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막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 계획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의 마지막, 카메라는 다시 이수연의 얼굴로 돌아온다. 그녀는 궁궐 안뜰을 걷고 있으며, 주변엔 벚꽃이 흩날리고 있다. 그녀의 눈은 하늘을 향해 있지 않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그림자 속에 숨은 작은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다. 그 그림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던진 것이다. 그녀는 속삭인다. “공주의 생존법, 네 번째—그림자조차도 네 편이 되게 만들어라.” 이 장면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이는 한 여인이, 권력의 중심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생존 교본이다. 이수연은 결코 약자가 아니다. 그녀는 이미 모든 말을 끝냈고, 모든 행동을 마쳤다. 이제는 상대가 그녀의 말을 이해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리고 그때, 카메라는 갑자기 어두워진다. 파란 빛이 감돈다. 다음 장면—침대 위의 여인이 눈을 뜬다. 그녀의 눈은 흐릿하지 않다. 오히려 날카롭다. 그녀는 이현우의 목을 양손으로 조르기 시작한다. 이현우는 놀라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미소를 짓는다. “그래, 이제야 진짜 네 모습이 보이는구나.” 여인은 대답하지 않고, 그의 목을 더 세게 조른다. 그러나 그녀의 손목에는 흰 실크 끈이 묶여 있고, 그 끈의 끝은 침대 기둥에 연결되어 있다. 즉, 그녀가 이현우를 죽이려 하면, 그 끈이 당겨져, 침대 아래에 숨어있던 병사들이 즉시 달려들 것이다. 이수연은 그 장면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궁궐을 떠났다. 그녀의 마차는 성문을 통과하며, 문지기에게 손을 흔든다. 문지기는 고개를 숙인다. 그의 손에는 작은 종이가 들려 있다. 그 종이에는 한 글자가 적혀 있다—‘성’. 이수연은 그 글자를 보지 않는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속삭인다. “공주의 생존법, 다섯 번째—결국, 모든 것은 성(城) 안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성은, 언제나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이 장면은 끝나지 않았다. 이수연의 마차가 멀어질수록, 카메라는 궁궐의 탑 위로 올라간다. 탑 위에는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 서 있다. 그는 망원경으로 마차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작은 편지가 들려 있다. 편지의 봉인은 봉황 모양이며, 그 위에는 ‘공주께’라고 쓰여 있다. 이수연은 그 편지를 받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그 편지의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주의 생존법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철학이다. ‘누구도 네가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 넌 가장 안전하다.’ 이수연은 문 앞에서 눈을 감은 채, 모든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걸로 충분했다. 왜냐하면, 진짜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