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장의 공기는 냉각제를 뿌린 듯 차가웠다. 투명한 아크릴로 된 경매대 위에는 나무 망치가 조용히 놓여 있었고, 그 뒤에 선 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었음에도 마치 무대 위의 연극 배우처럼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눈빛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 최고급 피전 블러드 루비를 낙찰받으실 건가요?’라는 질문이 공중에 떠다녔고, 그 순간 관객석의 모든 시선이 한 점으로 수렴되었다. 바로 그때, 황금빛 트위드 재킷을 입은 여성이 손가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녀의 머리는 단정하게 높은 포니테일로 묶여 있었고, 귀에는 진주 장식이 달린 작은 이어링이 반짝였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는데, 그 자세는 고급스러움보다는 일종의 방어적 태도처럼 보였다. ‘정말 2천만 위안으로’라는 자막이 화면 하단에 떠올랐을 때,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러나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미소는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의심스러웠다. (더빙) 내가 가짜 재벌 딸이라니! — 이 대사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가짜’라는 단서가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옆자리엔 검은색 전통 복장을 입은 노년의 여성, 즉 ‘옥이’ 씨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손을 깨끗이 씻은 듯 흰 구슬 팔찌를 찬 채 양손을 무릎 위에 얹고 있었다. 그녀의 옷깃에는 대나무와 매화 문양이 섬세하게 수놓여 있었고, 목에는 녹색 옥부처가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처음엔 고개를 끄덕이며 ‘거우 2천만 위안인데요’라고 말했고, 이어서 ‘우리 옥이가 좋아해서 낙찰받아 선물로 주려고요’라며 자연스럽게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경매인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 그녀의 말투는 너무 부드럽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인공적인 느낌을 줬다. 이건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역할 수행’이었다. 관객석의 다른 이들도 이를 눈치챘다. 특히 갈색 베스트를 입은 젊은 여성은 잠깐 눈을 감고,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표정은 ‘이런 상황이 또 시작되나’ 하는 피곤함과, 동시에 ‘이번엔 어떻게 흘러갈까’ 하는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바로 다음 순간, 손에 든 종이를 펼쳐보며 ‘왜 입찰하자마자 바로 입 닫고 쫄았어’라고 중얼거렸다. 이 말은 분명히 앞서 말한 노년 여성에게 던진 것이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오히려 황금 재킷의 여성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녀를 ‘아까’라고 불렀고, 그 말에 황금 재킷의 여성은 잠깐 눈을 깜빡였다. 그녀의 미소가 조금 굳어졌고, 입가가 살짝 떨렸다. ‘아까는 그렇게 당당하더니’라는 말이 이어졌을 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히 팔짱을 끼며 ‘홍, 설마’라고 중얼거렸다. 이 순간,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경계와 두려움은 분명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큰 자리는 처음’이라고 인정했고, ‘검먹은 건 아니겠지’라고 되물었지만, 그 말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설득시키려는 시도처럼 들렸다. (더빙) 내가 가짜 재벌 딸이라니! — 이 대사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이 장면 전체가 그 제목의 예고편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경매인은 다시 손가락을 들어 ‘첫 번째입니다’라고 알렸고, 황금 재킷의 여성은 잠깐 눈을 감았다. 그녀는 스스로를 다잡는 듯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정등, 날 원망하지 마’라고 속삭였다. 이 말은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을 이 자리에 앉힌 사람, 혹은 이 상황을 조율한 누군가일 것이다. 그녀는 이어서 ‘사흘 뒤면 내가 그룹의 상속자가 될 거야’라고 말하며, 자신을 믿으라고 다짐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그룹을 관리하면 넌 나한테 쫓겨나’라는 말은 사실상 경고였고, 동시에 그녀의 불안을 드러내는 고백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대신 한 번 입찰해 줄 수도 있어’라고 말하면서도, ‘네가 망신당하지 않게’라는 말로 상대를 안심시키려 했다. 이 모순된 언어는 그녀가 얼마나 이 상황에 휘둘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녀의 옆에 앉은 갈색 베스트 여성은 이 모든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든 종이를 접으며 ‘지금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하면’이라고 말했고, 이 말에 황금 재킷의 여성은 잠깐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혹시 몰라’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이제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것은 연기의 마지막 단계, 즉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미소였다. 그녀는 ‘내가 대신 한 번 입찰해 줄 수도 있어’라고 말했지만, 그 말의 끝은 ‘네가 망신당하지 않게’로 이어졌다. 이는 그녀가 상대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상대를 이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었다.
경매인은 다시 ‘두 번째입니다’라고 외쳤고, 이번엔 노년 여성의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그녀는 ‘빨리 옥이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라고 말하며, 그 말을 들은 갈색 베스트 여성은 잠깐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손에 든 종이를 접어 다시 펼쳤고, 그 위에 적힌 글귀를 읽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이제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고, 냉정했다. 그녀는 이제 이 게임의 규칙을 이해한 듯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매인은 ‘세 번째입니다’라고 외치며 망치를 들었다. 그 순간, 황금 재킷의 여성은 손을 들어올리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고개를 돌려 갈색 베스트 여성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은 ‘이제 끝났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일어섰다. 손에 든 파란색 번호판을 내려놓으며, ‘끝까지 입찰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어떤 결의의 서약이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가짜’가 아닌, ‘자신’이 되려 하고 있었다. 관객석의 다른 이들은 이 장면을 보며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쪽에 앉은 붉은 치파오를 입은 여성은 턱을 괸 채 미소를 지었고, 그 옆의 흰색 드레스 여성은 잠깐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모두 이 상황의 일부였고, 이 경매장은 단순한 물품 경매가 아니라, 권력과 정체성, 그리고 가짜와 진짜 사이를 오가는 심리전의 무대였다.
(더빙) 내가 가짜 재벌 딸이라니! — 이 제목이 이 장면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이 여성은 재벌의 딸이 아니지만, 그녀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는 단순한 사기나 탐욕이 아니다. 그것은 더 복잡한, 더 인간적인 욕망의 산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가짜를 통해 진짜가 되고 싶어 한다. 그녀는 ‘2천만 위안’이라는 숫자를 넘어서, ‘존재의 정당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매장은 단순한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체성을 경매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그 경매에 마지막으로 손을 들어올릴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장면은 《가짜 재벌 딸의 역습》이라는 드라마의 핵심 장면으로, 특히 ‘입찰장 심리전’이라는 에피소드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옥이’ 씨와 ‘정등’이라는 인물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다. 그녀들이 말하는 every word는 표면적으로는 경매에 대한 대화이지만, 실은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라는 질문의 연속이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everyday life에서 겪는 ‘역할扮演’의 압박감이 떠오른다. 회사에서, 가족 앞에서, 연인 앞에서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가짜’를 연기한다. 그런데 이 여성은 그 가짜를 끝까지 밀고 나가, 결국 그것이 ‘진짜’가 되도록 만들려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이다: ‘가짜로 시작해도, 끝까지 믿으면 진짜가 될 수 있는가?’
결국, 이 경매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매일 들어서는, 정체성의 경매장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모두 ‘가짜 재벌 딸’처럼,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며, 그 기대가 우리를 죽이지 않기를 바라며, 마지막까지 손을 들어올리는 것이다. (더빙) 내가 가짜 재벌 딸이라니! — 이 대사가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에서 터져나올 때, 우리는 그녀의 눈물이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가짜의 무게를 떨쳐내는 해방의 눈물임을 알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