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푸른 빛이 스며드는 창문 너머로 한 남자가 서 있다. 그는 검은 옷에 푸른 꽃무늬가 새겨진 고급스러운 관복을 입고 있으며, 머리 위에는 황금으로 장식된 봉황 모양의 관이 빛나고 있다. 이 순간, 그의 표정은 차분하지만 눈빛은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바로 이 인물, ‘유서현’—그는 단순한 왕자나 귀족이 아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주를 지켜온 자이며, 동시에 그녀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기다려온 자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이 여인, ‘이연희’. 주황빛 비단 저고리에 금실로 수놓은 문양이 반짝이고, 머리에는 노란 꽃과 진주, 나비 장식이 섬세하게 꾸며져 있다. 그녀의 두 땋은 머리는 마치 고통을 감추기 위해 묶인 듯, 단단하고도 약해 보인다. 이 연희의 얼굴은 처음엔 경계와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 깊숙이선, 어린 시절의 상처와 지금의 절박함이 교차하며 미세한 떨림을 만들어낸다. 이 장면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다. 이는 ‘공주의 생존법’이라는 제목 아래, 권력의 그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여성의 첫 번째 전투다.
방 안은 고요하지만, 공기 중에는 긴장이 맴돈다. 흰색 실크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 뒤로는 침대와 작은 탁자, 그리고 촛불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 공간은 단순한 침실이 아니라, 그녀가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안전지대이자, 동시에 가장 위험한 함정일 수도 있는 장소다. 연희가 손을 들어 올릴 때, 그녀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다. 그녀는 유서현을 향해 무언가를 말하려 하나, 목이 메여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 순간, 유서현이 천천히 다가온다. 그의 발걸음은 조용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방 전체를 압도한다. 그는 연희의 턱을 살며시 잡는다. 이 행동은 폭력이 아니라, 오히려 ‘너를 보고 싶었어’라는 말보다 더 강한 무게를 담고 있다. 연희는 눈을 감고,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그 눈물은 슬픔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분노, 억울함, 그리고—어느새 속삭이는 듯한 결의가 섞인 것이다. 그녀는 유서현의 손을 떨쳐내려 하되, 결국 그의 손을 꽉 쥔다. 이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물리적으로 좁혀지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복잡해진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니다. 그녀는 ‘공주의 생존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즉, 감정을 무기로 삼고, 약함을 위장으로 사용하며, 상대의 틈을 노리는 것. 이는 단순한 계략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견뎌온 자의 본능이다.
유서현의 표정은 계속해서 변한다. 처음엔 차가웠던 그의 눈빛이, 연희의 눈물에 닿자 부드러워진다. 그는 그녀의 볼을 쓸며, 속삭인다. “너를 믿는다고 했지?”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그것은 약속이자, 경고이기도 하다. 그녀가 선택할 길이 무엇이든, 그는 그 길을 함께 걸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연희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그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녀의 눈은 이제 완전히 열려 있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대신 날카로운 의지가 빛난다. 그녀는 유서현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 말은 들리지 않지만, 유서현의 눈이 확 커지는 것으로부터, 그것이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순간, ‘공주의 생존법’은 구체적인 형태를 띤다—그녀는 상대의 신뢰를 이용해, 그의 허를 찌르는 법을 알고 있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그녀의 눈물은 연기였고, 그녀의 떨림은 전략이었다. 유서현은 그것을 알아차렸을까? 아니,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멈추지 않은 것이다. 그는 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녀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면이 전환된다. 밤하늘 아래, 전통적인 궁궐 건물이 등불에 비춰진다. 돌바닥에는 구름 무늬가 새겨져 있고, 벚꽃나무가 흰 꽃잎을 흩날리고 있다. 여기서는 또 다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검은 옷에 금색 문양이 가득한, 더 웅장한 복장을 한 남자—‘임우경’. 그의 머리에는 더 큰 황금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의 눈빛은 차가우면서도, 어떤 기대를 품고 있다. 그는 군사들과 함께 서 있으며, 그의 주변에는 여러 명의 궁녀와 관리들이 조용히 서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두 명의 여인. 한 명은 자주색 복장에 금박 문양이 가득한, 권위 있는 분위기의 여성—‘왕비 전씨’. 다른 한 명은 연분홍색 저고리에 흰 실크 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은색 장식이 반짝이는—‘공주 이서영’. 이서영은 연희의 동생이자, 현재 궁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녀의 미소는 조금 too perfect하다. 그녀의 눈은 연희를 향해 있지 않고, 오히려 임우경을 향해 있다. 이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그것은 야심의 시작이다. 이 장면은 ‘공주의 생존법’의 두 번째 단계를 보여준다—공주는 혼자가 아니다. 그녀의 주변에는 적도 있고, 동맹도 있다. 문제는, 누가 진짜 동맹인지, 누가 가장 위험한 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임우경이 앞으로 나아간다. 그의 발걸음은 느리지만, 그의 존재감은 모든 이를 압도한다. 그는 유서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이 인사에는 존경도, 경계도, 그리고—어떤 암묵적인 동의도 담겨 있다. 유서현은 고개를 숙인다. 이는 복종이 아니라, 전략적 후퇴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임우경을 정면으로 대峙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유서현은 이미 연희와의 대화를 통해,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 갈등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는 왕위 계승을 둘러싼 거대한 그물의 일부다. 연희가 당한 일, 그녀가 잃은 것, 그녀가 지금까지 참아온 모든 것은, 이 그물의 한 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유서현은 임우경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규칙 안에서 움직이기로 결정한다. 이것이 바로 ‘공주의 생존법’의 핵심—힘을 가진 자를 직접 겨루지 말고, 그의 틈을 파고들어, 그의 규칙을 이용해 자신을 지키는 것.
그때, 갑자기 군사 한 명이 달려와 무릎을 꿇는다. 그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다. 그는 임우경에게 무언가를 속삭인다. 임우경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는다. 그의 눈이 좁아지고, 입술이 살짝 떨린다. 이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유서현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그는 연희를 향해 눈짓을 한다. 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뒤로 물러선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중심에 서지 않는다. 그녀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이는 그녀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그녀는 이제 ‘보이지 않는 자’가 된다. 이 순간, ‘공주의 생존법’은 완성된다—공주는 더 이상 눈에 띄는 존재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상대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시간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녀의 생존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정교한 기계처럼 맞춰진 복수의 시계다. 그 시계의 시침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초침은 연희의 눈물 속에 숨어 있다. 우리는 이제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카드를 꺼낼지, 그리고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그것을 지켜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이는 ‘공주의 생존법’이라는 이름 아래, 한 여성이 권력의 미로 속에서 스스로를 재구성하며, 결국은 그 미로를 부숴버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다음 움직임은, 아마도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일 것이다. 그녀는 이미 눈물을 닦았고, 손을 씻었으며, 칼을 갈고 있다. 이제, 그녀는 다시 웃을 준비가 되었다. 다만, 그 미소 뒤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그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가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